드라마 피노키오는 매 회 생각해 볼만한 문제들을 던지는데 8회에서는 사람이 가진 양심과 직업의식이 충돌하는 경우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었다.
눈이 내려 빙판길이 된 겨울, 빙판길에 넘어지는 것은 넘어져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상당히 큰 피해를 가져오기도 한다. 넘어져서 멍이 드는 정도로 끝난다면 다행이지만 잘못하면 뼈에 이상이 생기기도 하고 얼마간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가 되기도 한다. 창피한 마음에 얼른 일어나려다 오히려 상황이 더 악화되는 수도 있다. 그런데 일어나도록 도와주기는커녕 아플 뿐 아니라 창피하기까지 한 모습을 찍어서 방송에 내보내려는 사람이 있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8회에서 피노키오 증후군인 최인하는 빙판길을 취재해 직접 리포트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그러나 넘어지는 장면을 찍으려고 하자 그녀는 딸꾹질을 하게 됐는데 그 이유는 넘어지려는 사람을 돕지 않고 넘어지도록 두는 것이 그녀의 양심에 반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최인하는 사람들이 넘어지는 모습을 담아내지 못한 채 방송국에 오게 되는데, 그런 인하에게 시경캡 김공주 기자는 ‘기자’라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야기한다.
“죄송합니다. 딸꾹”
“최인하, 넌 지금 왜 딸꾹질을 하는 건데? 죄송하지 않단 뜻인가?”
“네, 솔직히 제가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습니다. 빙판길이었고 애들이 내려오고 있었습니다. 눈앞에 사람이 다칠지도 모르는데 빤히 보고만 있으란 소립니까? 그래야 기자입니까?”
“그래, 그게 기자다. 그렇게 사람들 구하고 싶으면 기자 때려치우고 자원봉사를 해. 아니, 차라리 스파이더맨이 되면 되겠네. 너희들 둘이서 쫄쫄이 입고 방방곡곡 돌아다니면서 세계 평화에 이바지하고 좋네. 야~ 세계 평화가 이루어졌는데 왜 이렇게 열불이 나지?”
“기자도 사람은 구해야죠. 기자도 공익을 생각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기자는 지켜보는 게 공익이야. 그걸로 뉴스를 만드는 게 공익이고
그 뉴스를 구청 직원이 보게 만들고 대통령이 보게 만들고 온 세상이 보게 만드는 게 그게 기자의 공익이다. 너희들이
연탄 두세 개 깨는 동안에 빙판길 문제로 뉴스를 만들었으면 그걸 보고 구청 직원들은 거기에 제설함을 설치했을 거야. 사람들은 집 앞의 눈을 치웠을 거고, 춥다고 손 넣고 다니는 사람들은
넘어지면 다치겠다 싶어 손을 빼고 다녔을거다. 너희들이 연탄재 몇 장 깨서 몇 명 구하겠다고 뻘짓하는
동안에 수백, 수천 명을 구할 기회를 날린 거야. 알아? 알아, 몰라!”
사건, 사고가 일어나는 순간에 그것을 렌즈에 담아 세상에 전달하는 것, 그것이 기자의 역할 중 하나이다. 그러나 사건과 사고를 렌즈에 담아내는 동안 그 사고를 막거나 돕는 것은 할 수가 없으니 개인의 양심에 비추어 본다면 양심에 반하는 행동일지도 모른다.
양심과 직업의식, 둘 중 어느 것이 옳은 것일까? 이처럼 양심과 직업의식이 충돌하는 시점에서 사람들은 많은 고민을 할 수밖에 없는데 어느 선택이 옳았는가는 각자의 가치나 관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다만, 이러한 상황에서 꼭 필요한 것은 바로 그 고민과 그에 따른 결정과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그저 아무런 고민 없이 ‘이걸 해야 하니까’라는 사람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일을 해야 한다’ 또는 ‘그렇기 때문에 이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 후 결정을 내리는 기자가 필요하다. 왜냐하면 그런 고민 여부에 따라 각자의 직위를 떠나서 책임을 느끼는 정도와 그에 따라 짊어질 책임의 무게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은 기자뿐 아니라 모든 직업인들에게 해당하는 일일 것이다.
개인적으로 기자로서의 직업의식에 비추어본다면 김공주 시경캡의 말이 백 번 옳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바로 기자의 사명이자 역할일 테니까. 그러나 나는 빙판을 연탄재로 덮는 기자도, 양심의 소리를 참아낸 채 카메라에 담아내는 기자도 모두 이 세상에 있었으면 좋겠다. 단지 특종을 잡아내기 위해 카메라를 들이대는 기자 보다 최인하 같이 양심의 소리에 따랐던 기자가 왜 그것을 해야 하는지 ‘납득’했을 때 비록 보기에는 답답하고 더뎌 보일지라도 장기적 관점에서는 더 좋은 기자가 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개인의 양심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든 기자의 양심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든 자신의 가치와 판단에 따라 행동하는 사람이 결과에 대한 책임감도 높을 것이기 때문이다.
양심과 직업의식이 충돌할 때 무엇이 옳은 선택인가? 이 질문에 정해진 답은 없다. 그러나 흔히 ‘직업의식이 투철해야 한다’고 말해지는 직업일수록 이런 물음에 깊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언제나 중요한 것은 문제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자신이 내린 결정에 책임을 지는 행동일 것이다.
※ 본 글에 쓰인 이미지는 머니투데이 스타뉴스의 피노키오 관련 기사에 올라와 있는 이미지를 사용했으며 인용을 목적으로 사용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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