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피노키오에는 예상을 빗나가는 재미있는 반전(?)이 여러 개 있는데 4회에서 기억에 남는 지점은 토론에서 자신과 다른 의견을 펼쳐 자신을 공격(?) 한 달포에 대한 인하의 반응이었다. 자신이 피노키오라는 사실을 다른 누구도 아닌 달포가 까발려 그에 대해 화가 났을 거라 생각했는데 인하를 토론면접 자리에서 뛰쳐나가게 만든 지점은 그것이 아니었다.
“많이 분한가 봐요, 19번이 뒤통수쳐서?”
“아니요, 토론인데 의견을 말하는 건 당연해요. 나랑 의견이 다르다고 뒤통수치는 건 아니죠.”
“아니면 뭐예요? 시험 망쳐서?”
“아니요, 그냥... 그냥 내 편이었으면 했어요.”
“내 편?”
“아니요, 아니요. 나 지금 무슨 소리 하는 거야. 토론은 내 편, 네 편이 있으면 안되잖아요.
나랑 의견이 다를 수는 있는데, 그게 당연한 건데. 그래도 달포는 내 편이었으면 했어요.
달포니까... 딴 사람도 아니고 달포니까 무조건...
아니요, 그럼 안되지. 하.. 나 왜 이렇게 못됐니, 짜증 난다 진짜.“
인하는 달포가 어째서 자신의 말에 그렇게 화가 났는지, 그리고 자신의 어머니인 송차옥이 토론 면접에서 나왔던 사건에서 달포의 가족들에게 어떤 짓을 했는지 알지 못한다. 따라서 기자 면접에서 큰 약점이 될 수 있는 ‘피노키오 증후군’이라는 사실을 달포가 면접관들 앞에서 이야기했을 때 그 사실에 크게 화를 낸다 하더라도 충분히 이해할 만했다.
하지만 그 자리를 급히 벗어나 드러낸 인하의 진심은 내 뒤통수를 치는 기분 좋은 반전이었다. 내 편이었으면 했던 사람이 아니어서 생기는 당혹감, 그리고 이제 알게 된 달포에 대한 진심.
“그 달포라는 친구를 좋아하나 봐요?”
“아니요, 전혀요. 딸꾹”
위 대사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토론인데 의견을 말하는 건 당연해요. 나랑 의견이 다르다고 뒤통수치는 건 아니죠.’.
자신의 약점이 달포에 의해 드러난 상황에서도 이렇게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라니.
내 개인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대학교 수업 중에서 어렵게 느껴졌던 수업 중 하나가 바로 토론 수업이었다. 비록 토론 수업에서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있었지만 내성적인 사람의 입장에서 여러 사람 앞에서 의견을 말하는 게 쉽지 않은 일이기도 했고, 나와 의견이 다른 사람의 입장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가 생각만큼 쉽지 않은 순간도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부분일수록 그런 경향이 강했는데, 그래서 누군가의 의견에 반대되는 의견을 말할 때는 강하게 이야기 한 적도 있었지만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하려고 노력했던 기억이 있다.
나와 의견이 다르다고 그것이 항상 틀린 것은 아니다. 말 그대로 나와 ‘다른’ 것일 수도 있고, 때로는 나의 의견이 ‘틀린’ 것일 수도 있다. 나랑 다르다고 그것이 ‘내 뒤통수를 치는 것’이라는 생각을 버릴 수만 있다면, 이 사회가 조금은 더 아름다운 모습이지 않을까.
자신이 사실이라고 믿는 것만을 말할 수 있는 여자와, 말의 무거움에 대해 뼛속 깊이 알고 있는 남자가 어떤 기자로 성장해 나갈지 앞으로가 더욱더 기대된다.
+ 늘 자신에 대해, 자신도 때로는 헷갈리는 자신의 감정에 대해 확실히 알 수 있다는 사실만큼은 비록 가상의 증후군이지만 부러운 지점이다. 항상 자신에게만큼은 솔직할 수 있다는 것은 큰 축복일 것이다.
※ 본 글에 쓰인 이미지는 SBS의 '피노키오' 공식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이미지를 사용했으며 인용을 목적으로 사용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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