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샤를 합시다2’를 죽 본방사수했지만 글을 쓰지 않은 건 귀찮음이 가장 큰 이유이긴 했지만, 갈수록 캐릭터들이 정이 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드라마는 전반적으로 재밌게 본 편이었지만 글을 쓰고 싶을 만큼 애정이 샘솟지는 않았다. 몸은 날씬해졌지만 마음은 여전히 히키코모리 시절에 머물러있는 수지(서현진)가 안쓰러웠고, 그녀가 행복해지기를 바랐지만 시간이 지나도 자신의 처지에 대해 구대영(윤두준) 탓으로 돌리는 듯한 태도는 거북했다. 또한 극 중에서 직접 표현했듯 사무관(권율)과 사귀면서 ‘가랑이 찢어지게’ 행동하는 수지의 행동은 불편했다. ‘상대는 몇십만 원짜리 티켓을 사도, 백만 원이 넘는 목걸이를 선물해도 부담되지 않는 사람인데, 또한 그래서 사귀고 싶었던 사람일 텐데 어쩜 저렇게 미련하게 굴까’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데이트 비용을 어느 한 쪽이 모두 부담하는 것은 불공평하다. 그러나 사무관에게 받은 것을 여유 자금도 없는 수지가 꼭 그에 상응하는 물품으로 보답해야 하는 걸까? 차라리 비록 쉬어버리긴 했지만 그와 함께 먹을 도시락을 직접 싸는 것과 같이, 자신의 재능을 살려 그를 위한 글을 쓴다거나 다른 방식으로 표현할 수도 있었을 텐데.
또한, 사무관의 마음이 구대영(윤두준)에 대한 경쟁의식 때문인지 의문이 들기도 했었고, 주변 인물들도 분명 좋은 점이 있는 사람들인데 내 눈에는 유난히 단점이 두드러져 보였다.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서로의 사생활을 존중해야 하는데 세종 빌라 사람들과 그곳을 찾아오는 사람들은 그렇게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음에 차지 않았던 부분을 이제야 풀어놓았지만 ‘식샤를 합시다2’ 마지막 회는 꽤 만족스러웠다. 아마도 등장인물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한도에서 억지스럽지 않게 행복해졌기 때문인 것 같다.
구대영이 세종시에 찾아와 머물렀던 시간이 수지의 입을 통해 ‘한여름 밤의 꿈’이라고 표현됐는데 꿈이 지나간 자리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행복해졌다. 세종시에서 자신의 본모습(욕도 잘하고 장난기 있는)을 숨긴 채, 외롭게 지내며 주말만 되면 서울로 떠났던 이상우 사무관(권율)은 한 달에 한 번 서울에 올라가고, 집에 친구들(?)을 불러 자신의 본모습을 보이며 지내게 됐다. 수지(서현진)는 자신을 사랑하게 됐고 구대영 이외에 주무관(조은지)이라는 친구가 생겼으며 자신의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하기 시작했다. 쇼윈도 부부였던 주무관은 이혼하고 새로운 삶을 시작했으며 안찬수(이주승)는 죗값을 치르며 자신의 이름으로 살게 됐다. 의식불명이었던 할머니(김지영)는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했으며 세종 빌라 사람들은 서로 친하게 지내게 됐다.
비록 주인공 3명이 모두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결말을 예상했던 내 생각과는 다른 결말이었지만 만족스러운 엔딩이었다. 18회 초반, 수지가 마음속으로 구대영에게 전했던 메시지가 ‘이 장면을 보기 위해 내가 본방사수 해왔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시원함을 선사해 주었다. 그렇기 때문에 아쉬움도 있지만 만족스러움을 느끼는 것일지도 모른다.
대영아. 미안해. 그동안 너한테 마음의 짐을 준거.
내 자격지심에 스스로를 히키코모리로 만들어 놓고는 그걸 모두 네 탓으로 돌렸어.
그런데도 이런 날 이해해준 네 덕에 이제야 난 스스로를 사랑하는 법을 배웠다.
고마워.
너를 다시 만난 건 정말 행운이었어.
한여름밤의 꿈같았던 우리의 짧은 재회.
난... 그거면 됐어.
- 식샤를 합시다2 18회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 하더라도 관계를 맺다 보면 어려움을 느끼게 될 때가 있다. 그래서 인간관계란 참으로 어려운 것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그러나 인간관계란 것이 꼭 타인과의 관계만 어려운 것은 아니다. 자기 자신과의 관계, 자기 스스로 자신을 어떻게 대하고 생각하는가의 문제도 상당히 어렵다. 수지가 사무관과 결국 헤어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따지고 보면 자기 자신과의 문제로부터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자기 스스로와의 관계에 문제가 있을 경우, 그것은 타인과 제대로 관계를 맺기 어렵도록 만들기도 한다. 그러므로 인간관계가 힘들고 어렵다는 생각이 들 때, 타인과의 관계뿐 아니라 나 자신과의 관계 역시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나는 나를 사랑하고 있는지, 나는 나에게 진정으로 관심이 있었는지.
※ 본 글에 쓰인 이미지 중, 포스터 이미지는 레진코믹스의 '식샤를 합시다2' 이미지를 사용했습니다. 캡처 이미지는 10아시아의 '식샤를 합시다2' 관련 기사에 올라와 있는 이미지를 사용했으며 인용을 목적으로 사용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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